일찍이 나는 / 최승자 일찍이 나는 최승자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 !시 2015.10.23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 박경리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잠잘 곳, 그것들입니다…… 광목 한 필로 나는 열 벌 가량의 옷을 만들었습니다. 겨울에는 광목 옷을 입지 못하지만, 어디 열 벌의 옷을 일 년 내에 다 입고 버리겠어요? .. !글 2015.10.23
블로거로 다시 한동안 이 블로그를 거의 돌보지 않았다. 내 자신을 너무 드러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과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점점 식상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그렇게 일년 여 가까이 지내다보니 글을 쓸 일도 없어지고 생각들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버려 그 또한 뭔가 정리되지 않은 .. 바람마음 2015.10.22
꽃모가지를 치다 / 고영민 꽃모가지를 치다 고영민 목백일홍이 활짝 피었다 피어 달리는 붉은 안장에 앉아 한나절 벌 나비는 어디를 가는가 꽃의 채찍이여 해를 얹고 구름과 빗방울을 얹고 천진한 얼굴 하나를 앉혀 꽃은 달린다 천관의 집 앞에 말(馬)이 제 주인의 사랑을 내려놓듯 꽃이 앞질러 멋모르고 나를 내려.. !시 2015.10.22
세상의 파도 속에서 표류하지 않기 위하여 타인을 알아가고 가까이 사귀어 친분을 공고히 하는 것을 사교 혹은 교제라고들 하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교제를 통해 자신의 순수성을 현저하게 잃어간다. 심지어 비열해지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강인해져야 한다. 타인의 주장이나 인간관계에 휘둘.. !글 2015.10.21
각별한 사람 / 김명인 각별한 사람 김 명 인 그가 묻는다,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언제쯤 박음질된 안면일까, 희미하던 눈코잎이 실밥처럼 매만져진다 무심코 넘겨 버린 무수한 현재들, 그 갈피에 그가 접혀 있다 해도 생생한 건 엎질러 높은 숙맥(菽麥)이다 중심에서 기슭으로 번져 가는 어느 주름에 저 사람.. !시 2015.10.21
코하우 롱고롱고* / 김지녀 코하우 롱고롱고* 김지녀 롱고롱고, 이것은 새와 물고기의 인사법 나뭇가지가 푸른 잎을 흔들어 멀리 새를 부르고 바람을 일으키면 부드럽게 헤엄쳐 오는 새털구름 언젠가 섬에서 숲이 크게 우거져 하늘이 작아졌을 때 사람들은 수많은 말을 배우고 서로의 손뼉을 치며 노래했지 모든 새.. !시 2015.10.21
나는 그를 벗이라고 불렀다 / 김영승 나는 그를 벗이라고 불렀다 김영승 밤이슬 맞으며 밤새워 露天에서 술 마신다. 아무도 사랑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罪惡이라고 天罰이라고 나는 내 눈매쯤에 써 놓았는가 누가 내 눈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나는 아마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깊은 곳에 있는건 나의 깊은 곳에 .. !시 2015.10.21
통영, 거제도, 2박 3일 여행 (2015 1/20~1/22) 오랜세월,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친구같았던 언니, 그리고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나의 친구 수현이.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냥 말로만 끝났던 '언제 여행이나 다녀오자'는 말이 실행으로 옮겨진 셈이다. 통영과 거제도는 거리.. 내마음의풍경 2015.07.15
장마 / 강연호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장마 강연호 관절을 뚝뚝 꺾으며 비는 내렸어 비디오를 보면서 잡지책을 뒤적이면서 눅눅한 새우깡을 씹으면서 나는 비처럼 뒹굴었어 아무렇게나 산다고 생각하는 삶은 이미 아무렇게나 사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진짜 아무렇게나 젖어 살자고 다짐했어 되는.. !시 201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