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사라진 그 집 / 김춘 빛이 사라진 그 집 김춘 나선 속으로 들어간 빛이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빛을 찾아 꽃은 떠나고 텅 빈 꽃밭, 구름이 뭉개로 앉아 있다. 대지의 정강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풍문을 핥으며, 길들지 않은 바람이 낮게 엎드린다. 길개가 구름의 무릎 위에 뒷 발을 얹고, 꽃밭에 영역표시를 한다.. !시 2015.10.27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 오규원 남이섬에서...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오규원 선언 또는 광고 문안 단조로운 것은 生의 노래를 잠들게 한다. 머무르는 것은 生의 언어를 침묵하게 한다. 人生이란 그저 살아가는 짧은 무엇이 아닌 것. 문득- 스쳐 지나가는 눈길에도 기쁨이 넘치나니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 !시 2015.10.26
침묵 속의 마성(魔性)과 말 / 침묵의 세계 中 침묵 속에는 치유력과 우호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것, 지하적인 것, 무시무시한 것, 적의에 찬 것, 침묵의 지하로부터 불쑥 튀어나올 수 있는 것, 즉 저승적인 것, 마성적인 것도 있다. . . 침묵의 마성적인 것은 정신에 의해서 길들여지고, 그렇게 길들여지면 침묵은 고분고분.. !글 2015.10.26
루머처럼, 유머처럼 / 박해성 루머처럼, 유머처럼 - 건망증 박해성 안개 낀 하루를 연다, 루머처럼 유머처럼 지갑보다 더 헐렁한 정신을 챙겨들고 무얼 사러 왔더라? 상가 앞을 서성인다 뇌리 속 미립자들이 시끄럽게 뒤엉키고 주둥이와 똥구멍뿐인 확신은 물컹해서 어라, 어디가 머리이고 어디가 꼬리인가 자꾸만 더.. !시 2015.10.26
봄볕, / 에세이<착란>중에서 봄볕, 당신이라는 햇빛. 대낮에 울고 있는 사내. 봄볕이 서러워서 울다가 울다가 나는 또 어디로 정처 없이 내 박명(薄明)의 그리움을 끌고 가는 것인지. 문득 돌아보면 꽃잎, 꽃잎...... 그날도 이렇게 꽃잎의 여린 살결 위로 바람이 제 몸을 뭉개로 있었는지. 그러나 돌아보면, 당신이라는 .. !글 2015.10.25
누군가가 누군가 때문에... / 박진성 산문집<착란>중에서 너는 왜 사냐...... 나는 얼떨결에 '어머니 때문에요'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누군가가 누군가 때문에 산드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누군가가 누군가 때문에 죽을 수 없을 수는 있다. - 박진성 산문집 <청춘착란>중에서 * 올 한 해는 그다지 책을 읽지 않았다. 책은 한 번 .. !글 2015.10.25
속눈썹의 효능 / ‘놓치다, 봄날’/ 이은규 속눈썹의 효능 이은규 때로 헤어진 줄 모르고 헤어지는 것들이 있다 가는 봄과 당신이라는 호칭 가슴을 여미던 단추 그리고 속눈썹 같은 것들 돌려받은 책장 사이에서 만난, 속눈썹 눈에 밟힌다는 건 마음을 찌른다는 것 건네준 사람의 것일까, 아니면 건네받은 사람 온 곳을 모르므로 누.. !시 2015.10.24
메리제인 요코하마 / 황병승 메리제인 요코하마 황병승 메리제인. 우리는 요코하마에 가본 적 없지 누구보다 요코하마를 잘 알기 때문에 메리제인. 가슴은 어딨니 우리는 뱃속에서부터 블루스를 배웠고 누구보다 빨리 블루스를 익혔지 요코하마의 거지들처럼. 다른 사람들 다른 산책로 메리제인. 너는 걸었지 한번.. !시 2015.10.24
비유적으로 문학은... /이성복, '대산문학상 수상 소감' 중에서 "비유적으로 문학은, 등을 긁을 때 오른손으로도 왼손으로도 닿지 않고, 위로 긁는대도 아래로 긁는대도 닿지 않는 어떤 공간이 있는 것과 같이, 도저히 침투할 수 없는, 말할 수 없는, 따질 수 없는 어떤 공간에 대한 증명이고 그리움입니다." 이성복, '대산문학상 수상 소감' 중에서 도저.. !글 201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