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 안도현 색깔만 다른 내 자전거 ^^ 모퉁이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고속도로,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리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 !시 2010.03.26
첫사랑 / 민영기 첫사랑 민영기 볕을 보고 싶으냐 참아라 열다 보면 구겨지느니 아픈 기억도 세월 속에 묻어 두면 꽃이 된다는데, 내게 너만 한 꽃 또 있을라고 너보다 더 붉은 꽃 있을라고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중간에 그만둘 경우 머릿속에서는 남은 일을 마저 해내려는 .. !시 2010.03.23
손 / 백무산 손 백무산 예전엔 얼굴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뒤를 보아 알겠네 예전엔 말을 들어 알겠더니 요즘엔 침묵을 보아 알겠네 예전엔 눈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손을 보아 알겠네 예전엔 물어서 알겠더니 요즘은 느낌으로 알겠네... !시 2010.03.23
내 사랑은 / 오인태 내 사랑은 오인태 그땐 그랬다. 그 신안동 골목길 아마 일본식 슬라브 건물이었을 것이다. 봄이면 견고한 담장 너머로 백목련과 산수유꽃이 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피었다. 그러나 그 오래 되어 윤기 없는 목제 대문은 늘 굳게 닫혀 있었다. 등뒤의 그녀는 무슨 말인가 끊임없이 보내왔지만 나는 내게 .. !시 2010.03.22
그대가 내게 보내는 것 / 박재삼 그대가 내게 보내는 것 박재삼 못물은 찰랑찰랑 넘칠 듯하면서 넘치지 않고 햇빛에 무늬를 주다가 별빛 보석도 만들어 낸다. 사랑하는 사람아, 어쩌면 좋아! 네 눈에 눈물 괴어 흐를 듯하면서 흐르지 않고 혼백만 남은 미루나무 잎사귀를, 어지러운 바람을, 못 견디게 내게 보내고 있는데! 박재삼(1933~19.. !시 2010.03.11
기억의 우주 / 이병률 기억의 우주 이병률 고개를 든 것뿐인데 보면 안 되는 거울을 본 것일까 고통스레 관계를 맺은 기억들, 기억의 매혹들이 마지막인 것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제 쓰거운 것이 돼버린 파문들을 단숨에 먹어치우고 끝내버리자는 것일까 하나의 지구를 녹이고 또 하나의 지구를 바꾸게 되었다 기억하고 있.. !시 2010.03.03
봄(春) /타니카와 슌타로 봄 (春) 타니카와 슌타로 예쁘장한 교외 전차 연변에는 오순도순 하얀 집들이 있었다 산책을 권하는 오솔길이 있었다 내리지도 않고 타지도 않는 논밭 한가운데 역 예쁘장한 교외 전차 연변에는 그러나 양로원의 굴뚝도 보였다 구름 많은 3월 하늘 아래 전차는 속력을 늦춘다 한순간의 운명론(運命論).. !시 2010.03.01
책 /타니카와 슌타로 책 타니카와 슌타로 책은 사실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다 좀더 정말로 말하면 초록잎이 무성한 나무인 채로 있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책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에 옛일은 잊으려고 생각하여 책은 자기 몸에 인쇄된 활자를 읽어보았다 "사실은 흰 종이인 채로 있고 싶었다" 라고 검은 활자로 써 있다 나.. !시 2010.02.27
안개 속에서 / 헤르만 헤세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모든 숲과 돌이 쓸쓸해 보인다 어떠한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모두가 외롭다 나의 생활이 밝았을 때에는 이 세상은 친구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제 안개가 내리니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어두움을 모르는 사람은 그 누구도 현.. !시 201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