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워크맨 속 갠지스 / 김경주 내 워크맨 속 갠지스 김경주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대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 !시 2018.07.20
긴 손가락의 詩 / 진은영 긴 손가락의 詩 진은영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 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 !시 2018.07.20
시의 방정식 / 오민석 누가 내용과 형식을 분리하는가. 헤겔의 말대로 "모든 내용은 형식의 내용이고, 모든 형식은 내용의 형식이다." 몸의 바깥은 영혼이며, 영혼의 바깥은 몸이다. 몸의 언어인 시는 영혼을 향해 바깥을 내밀고, 바깥의 영혼은 몸안으로 들어온다. 이것이 시의 방정식이다. -《시와표현》(2018,7.. !글 2018.07.20
새벽 종소리 / 백무산 새벽 종소리 백무산 누가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는 배경으로부터 도려내어진다 누가 나를 깨울 때 나는 어둠으로부터 발라내어진다 찢어내지 않고 깨우는 소리 발라내지 않고 깨우는 소리 허공 다치지 않게 나는 새들 소리 !시 2018.07.20
미술작품 안의 키스…에로티시즘의 역사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송민의 탈출, 미술 왕초보(7) 내가 태어난 1960년대엔 미니스커트 입는 것을 단속했다. 풍속을 어지럽힌다는 이유에서였다. 내 이름은 부모님의 재치로 미니와 비슷한 민이가 됐다. 20대에 본 영화 ‘시네마 천국’은 키스 장면을 온통 삭제하던 1940년대 이탈리아를 그렸다. 그래서.. 이런저런 2018.07.19
『훌륭한 어머니란....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다』중에서 가장 좋은 어머니는 세상 사람들이 나쁜 어머니라고 부르는, 다시 말해 자신의 아이들만을 생각하는 어머니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어머니는 한 여자이면서 또한 똑같은 정도로 연인이나 때로는 아이가 되는 것을 잊지 않고 사는 어머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토록 간단한 .. !글 2018.07.19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이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천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 !시 2018.06.27
샌드위치맨 / 신철규 샌드위치맨 신철규 그는 무심과 무관심 사이에 있다 그는 좀 더 투명해져야만 한다 그는 처음에 모자와 마스크로 변장을 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변장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입술을 지운다 그는 앞뒤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는 말과 말 사이.. !시 2018.06.26
소 / 김광규 소 김광규 산비탈에 비를 맞으며 소가 한 마리 서 있다 누군가 끌어가기를 기다리며 멍청하게 그냥 서 있다 소는 부지런히 많은 논밭을 갈았고 소는 젖으로 많은 아이를 길렀고 소는 고기로 많은 사람을 살찌게 했다 도살장으로 가는 트럭 위에 소들이 가득 실려 있다 죽으러 가는지를 알.. !시 2018.06.26
회근악유(懷瑾握瑜 회근악유(懷瑾握瑜)라는 말은 도연명의 시에 나오는 시구인데, 가슴에는 귀하디 귀한 아름다운 옥(玉)을 품었고, 손 안에는 귀하디 귀한 역시 아름다운 옥(玉)을 쥐었으나, 시절을 잘못 만나 그 가슴을, 그 손을 펼쳐 보일 수 없음을 한탄한 것입니다. 그렇게 놀라운 아름다움과 재능을 가.. !글 2018.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