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 오탁번 굴비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가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시 2013.06.04
잘 때는 잠만 자는 게... 석류는 볼 때마다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을 못 버리는 집착일 뿐입니다. 밥 먹을 때가 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나서 일을 마저 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다 자기 자신에 깨어 있는 것입.. !글 2013.06.04
0의 지점으로... 없다가 있는 것, 있다가 없는 것... 그 둘의 근본은 같다. 왜 유행가 가사에도 있지 않은가...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고... 있다가 없다고 해도 그저 처음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생각하면 서운치 않다. 사람이 죽으면 한 순간에 그 모든 것을 놓게 되는데 살아서 조금.. 바람마음 2013.06.03
시집 속 '시인의 말'들 (2) 문: 문 열고 들어가도 될까요? 답: 그래요. 그대신 문을 돌로 막아버려요. 문: 나가고 싶은데 문은 어디죠? 답: 당신! 무너질 데라고는 나 자신뿐! 거길 깨고 나갈 밖에. 나갈 문도 없이 집을 짓는다. 그게 사랑이다. (그리고 능청이다. 삶, 말이다.) 2005년 여름 장석남 *장석남 시집 / 미소는 .. !글 2013.05.30
시집 속 '시인의 말' 들 (1) 언제쯤 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시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시에 갇힌 나무와 꽃과 새를 풀어줄 수 있을까. 언제쯤이나 나를 정면에서 배반할 수 있을까.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자라고 가끔 생각한다. 그 일이 비록 헛것이라 해도 괜찮다. 소.. !글 2013.05.30
토분의 매력 대부분의 가드너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분은 바로 토분이다. 왜냐하면 토분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이다. 하얗게 일어나는 백화현상이라든지, 이끼가 낀 모습은 그 자체로 고풍스럽다. 토분은 이가 빠져도 멋있고, 깨진 것을 본드로 붙여서 사용해도 멋있다 시간을 제몸.. 내작은뜰 2013.05.28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이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천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 !시 2013.05.24
비극과 희극... 아름다운 것에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듯이... 큰 딸의 카카오스토리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희극과 비극은 사실 늘 함께 있다. 다만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순간순간 희극이 되기.. 바람마음 2013.05.21
야채수를 건네 받고... 오늘 오전, 함께 근무하는 최선생님이 쇼핑백을 건네준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소개된 야채수 네 병이 들어 있었다. 다섯 가지 뿌리채소를 정량대로 넣고 한 시간 남짓 끓여낸 물인데 암 환자들에게 좋다고 자기도 수술하고나서 지금까지 끓여먹고 있다고 한다. 그.. 바람마음 2013.05.21
비온 후, 산 길... 우리집 근처에 있는 선포산 약수터... 이곳부터 등산코스가 시작되는데 우리는 둘레길만 따라다닌다. 내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보다는 호젓한 산길을 걷는 것을 좋아해서이다. 물 먹은 나무들이 유난히 까맣다. 촉촉한 감촉이 좋아서 자꾸만 어루만지게 된다. 사선의 나무들... 산의 기울.. 내마음의풍경 2013.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