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 푸른 말 한 마디 / 정일근 마디, 푸른 말 한 마디 정 일근 피리를 만들기 위해 대나무 전부가 필요한 건 아니다 노래가 되기 위해 대나무 마디마디 다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마디 푸른 한 마디면 족하다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사랑의 고백도 마찬가지다 당신을 눈부처로 모신 내 두 눈 보면 알 것이다 고백.. !시 2010.01.18
장항선 3 , 장항선 4 / 문동만 예전 대천역의 모습 장항선 3 문동만 내 사랑 녹슬지 않기를 오줌발을 견디며 긴 길들이 자라났다 아른아른 아지랑이 속으로 오리무중의 시간이 몸을 숨기고 있다 침목은 건드리고 가는 모든 무게가 아프다 기차는 팽팽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생은 뒤로부터 읽히는 것 그러다 돌연 역방향에서 멀어진 .. !시 2010.01.18
슬픈 빙하시대2 / 허연 슬픈 빙하시대 2 허연 자리를 털고 일어나던 날 그 병과 헤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한번 앓았던 병은 집요한 이념처럼 사라지지 않는 다. 병의 한가운데 있을 때 차라리 행복했다. 말 한마디가 힘겹고, 돌아눕는 것이 힘겨울 때 그때 난 파란색이었다. 혼자 술을 먹는 사람들을 이해할 나이가 됐다. .. !시 2010.01.16
사랑 / 나희덕 사랑 나희덕 피 흘리지 않았는데 뒤돌아보니 하얀 눈 위로 상처 입은 짐승의 발자국이 나를 따라온다 저 발자국 내 속으로 절뚝거리며 들어와 한 마리 짐승을 키우리 눈 녹으면 그제야 몸 눕힐 양지를 찾아 떠나리 *나희덕 시집 / 그곳이 멀지 않다, 문학동네 계절은 돌고 돌아 지금은 여름 눈은 벌써 .. !시 2010.01.16
그녀에게 / 박정대 그녀에게 박정대 고통이 습관처럼 밀려올 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바다가 보일 거야 석양빛에 물든 검은 갈색의 바다, 출렁이는 저 물의 大地 누군가 말을 타고 아주 멀리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일 거야 그럴 때, 먼지처럼 자욱히 일어나던 生은 다시 장엄한 음악처럼 거대한 말발굽 소리와 .. !시 2010.01.16
해바라기 / 장석남 해바라기 장석남 홑것차림으로 --나 놀러가? --가득가득 놀러가? --노래 한 소절 물고 가? 이제는 띄엄띄엄 말도 놓는 사이가 되어 靑色時代를 살러 오는 새털 뜬 구름 사이에 나는 또 이런 응답을 놓아본다 그럼그럼, 어서어서, 내 모든 단추를 풀어다오 내 혀는 네가 주는 노래로 저녁 강처럼 반짝일거.. !시 2010.01.16
나를 찾아서 /조동례 나를 찾아서 조동례 기르던 사과나무에 꽃이 지거든 미련 없이 여행을 떠나라 꽃을 피웠던 힘으로 사과는 열릴 것이니 쓰다 만 편지는 가슴에 쓰고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해 누구와 약속도 하지 말아라 산 그림자가 마을을 보듬는 저물녘 가슴에서 별이 지거든 용서할 일은 흐르는 강물에 풀어 누구나 .. !시 2010.01.16
아주 오래된 이야기 / 강은교 아주 오래된 이야기 강은교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내가 타인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건 누군가가 나.. !시 2010.01.16
사랑법 / 강은교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 !시 2010.01.16
반딧불 하나 내려보낼까요? / 신대철 반딧불 하나 내려보낼까요? 신대철 상처 깊숙이 노을을 받는 그대, 훌쩍 바람이나 쐬러 올라오시죠. 때 없이 가물거나 가물가물 사람이 죽어가도 세상은 땅에서 자기들 눈높이까지, 한걸음 윗세상은 빈터 천집니다. 여기서는 누구나 무정부주의잡니다. 여기서 미리 집 없이 사는 자가 되어보고, 저 아.. !시 201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