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빵집 우미당 / 심재휘 그 빵집 우미당 심재휘 나는 왜 어느덧 파리바케트의 푸른 문을 열고 있는가. 봄날의 유리문이여 그러면 언제나 삐이걱 하며 대 답하는 슬픈 이름이여. 도넛 위에 쏟아지는 초콜렛 시럽처럼 막 익은 달콤한 저녁이 내 얼굴에 온통 묻어 도 나는 이제 더 이상 달지가 않구나. 그러니까 그 옛날 강릉 우미.. !시 2010.01.11
어머니 바다 / 이상백 어머니 바다 이상백 잘 구운 간고등어 가운데 토막. 한 점 떼어내면 건져 올려지는 어머니 바다 어머니도 그 전날에는 펄펄 튀어 오르는 고등어였다 그물에 걸려 배리를 다 발라내는 뱃자반. 비린내가 단맛이 날 때까지 그 어떠한 염장도 이겨내어 우리 밥상에 올렸다 간고등어 한 점 떼어 밥 위에 올.. !시 2010.01.11
세 가지 경기의 미래에 대한 상상 세 가지 경기의 미래에 대한 상상 윤제림 올림픽 경기 중에 마라톤만큼 단조로운 경기도 없다. 신문 한 장을 다 읽도록 드라마 한 편이 끝나도록 같은 장면이다. 땀 얼룩의 일그러진 얼굴과 뜨거운 대지를 두드리는 나이키 운동화 아니면 검은 맨발. 그 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경기의 미래를 의심.. !시 2010.01.10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 !시 2010.01.09
평화의 잠 / 조병준 평화의 잠 조병준 1. 내 나무 밑 그 벤치에 누군가 잠들어 있는 날도 있었다 그러면 나는 그 벤치를 멀리서 서성이며 지키는 작은 나무가 되어보기도 했다 -내가 그대의 건너편에서 그대 벗어놓은 구두와 그대 집 잃은 여름밤을 지킬 터이니, 그대여 편히 잠드시라 2. 아이들은 손뼉 치며 노래하고 있.. !시 2010.01.09
東西路 /최랑 東西路 최랑 威威東西路, 終知不可期, 誰知一回顧, 交作兩相思, 슬프구나, 서로 달리 가야 할 길, 가히 미래를 기약할 수 없어, 이제 헤어져야 함을 알지요. 그러나 그 누가 알리요, 한 번만 뒤돌아보면 서로를 그리는 마음이 사랑으로 이루어질지. 이 세상 수많은 인연중에 그 한 번을 손 내밀지 못해서.. !시 2010.01.09
되돌릴 수 없는 것들 / 박정대 되돌릴 수 없는 것들 박정대 나의 쓸쓸함엔 기원이 없다 너의 얼굴을 만지면 손에 하나 가득 가을이 만져지다 부서진다 쉽게 부서지는 사랑을 생이라고 부를 수 없어 나는 사랑보다 먼저 생보다 먼저 쓸쓸해진다 적막한, 적막해서 아득한 시간을 밟고 가는 너의 가녀린 그림자를 본다 네 그림자 속에.. !시 2010.01.09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 이생진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이생진 시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조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풀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올 것 같아서 좋.. !시 2010.01.09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걸어.. !시 2010.01.09
꽃이 졌다는 편지 / 장석남 꽃이 졌다는 편지 장 석 남 1. 이 세상에서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윈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까 결실.. !시 2010.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