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단상 겨울 단상 들판엔 빈 가지와 마른 풀들이 바람에 너불거리는 겨울 한 낮, 사금파리같은 햇살은 총총 눈부시고 한 해의 열매를 내어주고 남은 여분들은 대지위로 날개접으며 조용히 내려앉는다 새들은 여전히 나무 사이를 오가며 노래하고 푸르른 날들을 기억하는 흙은 성근 뿌리를 채워주겠지 겨울은.. 글서랍 2010.03.25
여름 끝 무렵에서 끝 무렵... 끝도 아닌 끝 무렵, 끝 즈음... 내가 가장 아픈 때이다. 지기 시작하는 꽃,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저녁, 이제 막 돌아서는 사람의 등, 그리고 사랑의 열감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순간 순간들... 이미 지난 것은 아프지 않다. 바다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처럼 추억은 가슴속에서 떠 있는 작은 불.. 글서랍 2010.03.25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영화 '러브 스토리'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그때 난 어린 나이여서 사실 그 뜻을 정확히 몰랐었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그런 인사는 굳이 안해도 된다는 말 정도로만 알았을까? 그런데 요즘 이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내 마.. 글서랍 2010.03.24
'아직도 찻잔은 따듯한데...' 난 만화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어려서부터 만화방에 가거나 한 기억은 없지만 만화영화는 자주 보았었다. 그중 '캔디'라는 만화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만화'라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어 결혼하고 나서도 아이들 보여준다는 핑계로 비디오 가게에서 전 편 모두를 빌려다 보기도 하고, .. 글서랍 2010.03.04
미용실 창가에서... 둘째가 내일 교환학생 선발 면접이 있다고 미용실에 함께 가잔다. 난 피곤해서 집에 있고 싶었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나에게 말한다.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하는 때도 얼마 남지 않았어. 엄마에게 뭔가 해달라고 할 때도 지금이야. 들어줘...'라고. 옷을 갈아입고 가볍게 화장하고 함께 나왔다. 아이.. 글서랍 2010.03.03
막내 메일 핸드폰으로..2009.8.5 엄마, 안녕하세요? 저 영일이예요. 엄마가 저보고 컴퓨터 하지 말라 나무라시는데, 저가 게임에서 지금 운이 좋은데, 조금만 더 하게 해주세요. 예를 들어서 음~ 책을 30분 읽으면 컴퓨터 10분 하게 해주던가 그런것이요. 제발 부탁 드립니다. 엄마도 저가 없을 때 많이 하잖아요. 치사.. 글서랍 2010.03.03
길,,, 휴일,집 근처 야산을 다녀왔다. 따스한 햇살은 생의 날개를 접은 고요한 대지위로 사금파리처럼 눈부시게 내려앉고 지난 일년의 세월을 기억하는 낙엽들은 저마다 바스락 거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더이상 물이 오르지 않는 청미래 덩굴의 붉은 열매, 마른 억새들이 바람에 저항없이 .. 글서랍 2010.03.03
나의 만트라..."나에게 좋은 일이니까..." 난 지금까지 내게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그 일이 내게 좋은 일이기 때문에 오는 거라고 믿어왔다. 나에게 나쁜 일이라면 오지 않을 거라는 믿음, 이것이 나의 만트라이기도 하다. 지금 아무리 나쁘거나 슬픈 일이 다가와도 난 그 일이 시간이 흐르면 내게 좋은 일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괴로움도 좋.. 글서랍 2010.03.03
겨울 강가에서 겨울 강가에 갔다. 강물엔 삶의 잔해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부러진 나뭇가지며 마른 잎사귀들이며 누군가 버리고 간 담배꽁초며... 강물은 초라해진 생의 여분들을 그렇게 제 안에 품고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미안했다. 먹먹하게 가슴을 메웠던 내 시간들을 강물에 버리고자 왔던 난 주섬주섬 하나 둘 .. 글서랍 2010.03.03
꽃과 어린왕자 어린 왕자는 어느날 지구에 내려와 어느 정원에 가득 피어있는 장미를 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별에 두고온 장미를 생각하며 실망한다. 세상에 단 하나라고 여겼던 장미가 이렇게 흔하다니... 하지만 어린왕자는 장미가 자기가 길들여놓은 것이기에 틀별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벌레를 잡아주고 물.. 글서랍 2010.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