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세계 / 이혜미 숨의 세계 이 혜미 잠든 이의 코에 손을 대어보는 사람은 영혼을 믿는 자다 깊은 밤, 숨은 수풀을 지나 진창을 흐르고 깊이 젖어 고단한 채 돌아온다 녹기 시작한 발자국을 따라가듯 먼저 잠든 이의 숨에 입김을 잇대어 호흡의 다발을 엮으면 한 편은 불타는 숲 한 편은 휘도는 눈보라 사.. !시 2015.11.03
타인의 인정에 목마르지 않게 되었을 때.../<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중에서 타인의 인정에 목마르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는 폭풍우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당당한 산과 같을 테니까 말입니다. 사실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순간, 우리는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수동적인 삶을 살아 낼 수밖에 없습니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 !글 2015.11.03
호수 / 장옥관 청라저수지... 호수 장옥관 그 귀는 수평이다 너무 큰 귓바퀴다 뭉쳐졌다 풀리는 구름의 뒤척임을 듣는다 여뀌 풀씨 익어터지는 소리를 삼킨다 미끄러지는 물뱀의 간지럼도 새긴다 소리의 무덤이다 콩죽 끓듯 빠져드는 빗방울 깨물며 소리를 쟁인다 소리가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나가는 .. !시 2015.11.03
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이은규 문득 놓치고, 알은 깨진다 깨지는 순간 혈흔의 기억을 풀어놓는 것들이 있다 점점의 붉음 어느 철학자는 그 흔적을 날개를 갖지 못한 새의 심장이 아닐까 물었다 이미 흔적인 몇 점의 혈흔에서 심장 소리를 듣다니 모든 가설은 시.. !시 2015.11.02
학습의 효과는 따로 있다 / '니체의 말' 중에서 우리는 학습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 지식이란 것은 정작 사회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당연한 말이다. 고작 몇 년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이란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실상 학습의 효과는 다른 데 있다. 바로 능력의 단력이다. 열심히 .. !글 2015.10.29
저녁의 염전 / 김경주 저녁의 염전 김경주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 !시 2015.10.29
내 몫이 아니어서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 청춘착란 중에서 11월에는 남해 금산 보리암에 갈 생각이다. 바다가 보이는 암자, 그곳 사람들이 허락해준다면 하루를 그곳에서 자고 새벽 바다를 보고 싶다. 너무 무미건조한 것도 끔찍하게 싫지만, 가슴 뛰는 일,가슴 벅착 하는 일, 내 몫이 아니어서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근거림도, 이젠, 싫다. 스.. !글 2015.10.28
심장을 켜는 사람 / 나희덕 심장을 켜는 사람 나희덕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 .. !시 2015.10.28
추위 속에서 나무들은...../김훈 장편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중에서 추위 속에서 나무들은 우뚝하고 강건했다. 나무들은 추위와 더불어 자족해서, 봄을 기다리는 것 같지 않았다. 눈덮인 숲에 한낮의 햇볕이 내리면 숲은 부풀어 보였다. 우수가 지나자 숲 위로 서리는 뿌연 기운이 짙어졌다. 숲의 봄은 언 땅 밑에 숨어 있다가 나무뿌리로 스며들고 나무기.. !글 2015.10.27
새 떼를 쓸다 ,기척도 없이 2편 / 김경주 새 떼를 쓸다 김경주 찬물에 종아리를 씻는 소리처럼 새 떼가 날아오른다 새 떼의 종아리에 능선이 걸려 있다 새 떼의 종아리에 찔레꽃이 피어 있다 새 떼가 내 몸을 통과할 때까지 구름은 살냄새를 흘린다 그것도 지나가는 새 떼의 일이라고 믿으니 구름이 내려와 골짜기의 물을 마신다 .. !시 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