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는 성실하다 / 김영승
사진 출처, 살구는 성실하다 김영승 인간이 만든 관념과 관념어를 돌려준다 살구는 성실하다 살구에게서 추상하여 표상한 관념은 살구에게 살구에게서 사악하다거나 야비하다거나 하는 관념은 추상되지 않는다 살구는 성실하다 살구는 성실하고 근면하고 비 온 뒤 적당히 갠 아침 살구나무는 가령 剛毅木訥*이라는 말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조차도 성실한 살구에겐따면, 아니 털면한 가마는 나올 듯한우렁찬 파도소리 같은 살구나무 일단 늘어진 가지에서네 개를 따 주머니에 넣고나는 또 하염없이 살구가 없는 길을돌아서 돌아왔다 *『論語』, 子路篇 27장 - 김영승 시집 『화창』 / 세계사.2008 *子曰 剛毅木訥 近仁(자왈 강의박눌 근인 ; 공자 말씀하시기를 ‘강하고 굳세고 무뚝뚝하고 어눌한 것이 인에 가까우니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