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산문학상 수상소감 - 詩 부문 김사인 과분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대산문화재단 측과 심사위원들게 어설프나마 시와 문학에 대한 제 마음의 일단을 여쭙는 것으로 답례를 대신할까 합니다. 제가 소중히 여기는 우리말 중에 ‘섬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섬김’이라는 말을 입안에서 굴려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좀더 순해지.. !글 2016.12.28
夏至 외 1편 / 김소현 夏至 김소현 너는 성냥으로 불을 붙이면 담배 맛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그해 여름 우리는 자주 많이 만났다 장마 전선이 북상하고 있다고 했다 너의 이름엔 어쩐지 훈이라는 글자가 들어갈 것 같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썼다 서해안의 해변엔 조개껍질이 많아서 너는 .. !시 2016.12.27
베니스의 카니발 / 파가니니 내 모자 세모났네 내 모자 세모났네 세모난 내 모자 세모가 아닌 것은 내 모자 아니지 어린이 동요로 불리운 노래인데 파가니니의 <베니스의 카니발>이 원곡이라고 한다. 변주가 화려해서 여러 악기로 편곡이 되기도 한다고. 그러나 내가 여기에 쓰고자 하는 것은 음악 때문이 아니라.. 音 2016.12.21
겨울 공원 내가 부평에서 살면서 가장 정든 곳, 가장 좋아하는 곳... 억새가 있는 풍경. 난 덕분에 사계절의 억새가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꽃이 피는지를 잘 안다. 그 푸릇한 잎새도.... 소복한 낙엽이 비둘기들의 시린 발을 감싸준다. 무궁화꽃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열매가 맺힌 채 한 겨울을 나.. 내마음의풍경 2016.12.20
겨울나무 모처럼 따뜻했던 아침.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강아지들도 주인 손에 이끌려 나와 종종 걸음으로 걸어간다 그러한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벤치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 온 커피를 마셨다. 미루나무, 나는 언제나 이 나무를 '나의 나무'라고 부른다. 난 포플러 잎이 바람에 부딪.. 내마음의풍경 2016.12.20
풍경 / 김영승 풍경 김영승 풍경으로 살던 내가 풍경을 보니 아파트 夜景이 그저 누가 기증한 각막에, 안구의 글썽거림 같다 차창 밖 야경엔 마을버스 內 모니터 화면이 비치고 左의 차량 행렬이 右로 비친다 불빛은 두 줄의 붉은 줄 * 참 쓸쓸한 밤이다. 나이면서 내 자신이 혼란스러울 때 나를 어떻게 .. !시 2016.12.20
불면 / 강정 불면 강정 오래 전에 본 적 있는 그가 마침내 나를 점령한다 창가에서 마른 종잇장들이 찢어져 새하얀 분(粉)으로 흩어진다 몸이 기억하는 당신의 살냄새는 이름 없이 시선을 끌어당기는 여린 꽃잎을 닮았다 낮에 본 자전거 바퀴살이 허공에서 별들을 탄주하고 잠든 고양이의 꼬리에선 .. !시 2016.12.18
방을 만들고 오늘은 선생님의 시를 모아놓기 위한 방을 만들었다. 하루 한 두편씩 꾸준히 올려볼까 한다. 선생님의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본다 생각하고. 선생님은 우리가 내는 작품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읽어주시고 정성껏 산수해주신다. 내가 쓴 시를 누가 그렇게 읽어줄까, 싶을 때 감동을 .. 바람마음 2016.12.17
좋은 보호자란 무엇인가 좋은 보호자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대상을 사랑하고 살펴야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제때 줄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헌신이나 희생은 짓무르기 쉽다.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고 경계해야 한다. 적당한 온도와 거리가 필요하다. 사랑해도 통증은 나눠 가질 수 없다는 것, 서로가 서로.. !글 2016.12.16
얼음처럼 /이장욱 얼음처럼 이장욱 나는 정지한 세계를 사랑하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나는 자꾸 물과 멀어졌으며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 되었다. 나의 내부에서 나의 끝까지를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저 너머에서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들을. 그것은 꽉 쥔 주먹이라든가 텅 빈 손바닥 같.. !시 2016.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