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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중앙문학신인상 심사평 / 새로운 것과 다른 것

시인 지망생들은 '새로운 것'에대한 강박에 시달린다. 그런데 강박은 추진력이 되기 어렵다. 새로운 것보다 '다른 것'을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다. 새로운 것은 하나지만, 다른 것은 여럿이다. 새로운 것은 앞에만 있지만, 다른 것은 양 옆, 앞뒤, 위아래에 다 있을 수 있다. 새로운 것의 시야는 좁고, 다른 것의 시계는 넓다. 새로운 것이 미래와 연관된다면, 다른 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새로운 것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새로운 시보다 다른 시가 더 좋을 수 있다. 다른 시가 더 새로울 수 있다. 본심 심사위원 =나희덕. 이문재(대표집필 이문재) * 꼭 시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뭔가 새로운 것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어쩌면 새로운 것을 찾는 ..

글서랍 2022.03.04

사랑이란, 삶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삶을 선물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고미속 선생님의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가슴에 새긴 구절이다. 삶을 선물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라는 논어에 나오는 '愛之欲基生'이라는 말과도 통할 것이다. 나를 돌아본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랑을 주었는가, 사랑하니까 상대에게 보탬이 된다면 내가 힘들더라도 참아내고 그것을 해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의 기저에는 나의 희생이 전제가 되어야 했지만 삶을 선물한다는 것은 보다 다른 차원이 아닐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것,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일, 그런 것이 아닐까.

단상 2022.02.25

올해의 키워드

올해 나의 키워드는 '집중'. 자꾸만 흩어지는 기억들, 흩어지는 말들, 흩어지는 계획들... 흩어지지 않게 모으고 집중시키는 일에 전념해야겠다. 우수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겨울 날씨처럼 춥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가 새로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일 내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일... 올해 나의 키워드는 그래, '집중'이다. 해보는 거야!

단상 2022.02.23

220218 - 돌아가기

어느 시점에서 나를 놓치고 만 내가 있다. 그리고 나는 어느 시점부턴가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다. 내 자신이 눈치를 보는 나약한 사람이 아닐까 나의 장점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나의 단점은 아닐까 의심스러웠던 그 어느 시점. 잘 웃는 것이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거라는, 친절한 것이 상대에게 비굴한 행동이라는, 배려하는 마음이 상대에게 잘보이기 위한 거라는, 그러한 말을 들었을 때다. 그러나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웃지 않는 것으로, 무뚝뚝한 것으로,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것은 하수라는 것을. 어떤 순간, 어떤 경우에도 미소와 친절과 배려는 옳은 덕목이다. 사람 사이에 위 아래는 없으며 서로에게 친절한 관계만이 진정 가깝게 한다는 것을.

단상 2022.02.18

사선의 빛 / 허연

사선의 빛 허연 끊을 건 이제 연락밖에 없다. 비관 속에서 오히려 더 빛났던 문틈으로 삐져 들어왔던 그 사선의 빛처럼 사라져가는 것을 비추는 온정을 나는 찬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빛이 너무나 차가운 살기였다는 걸 알겠다. 이미 늦어버린 것들에게 문틈으로 삐져 들어온 빛은 살기다. 갈 데까지 간 것들에게 한 줄기 빛은 조소다 소음 울리며 사라지는 놓쳐버린 막차의 뒤태를 바라보는 일만큼이나 허망한 조소다. 문득 이미 늦어버린 것들로 가득한 갈 데까지 간 그런 영화관에 가보고 싶었다. - 시집 (문학과지성사, 2012) * 시인이 한때 찬양했던 빛, 그것은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비춰주는 한 줄기 빛을 온정이라고 믿었던 그 빛. 그러나 늦어버렸다고 백기를 들어올린 순간에 비추..

!시 2022.02.16

220215 - 희망은

"이곳에 들어오는 그대여,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이 글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러니까 지옥이란 '희망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이란 무얼까. 사랑을 하면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살아가면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관계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희망이 없다면 그것은 '끝'이라는 희망조차 없는 지옥인 것이다. 다행이도 우리는 선택할 수가 있다. 깨어있다면 아직은... 희망은 '아직'인 상태니까...

단상 2022.02.15

220214 - 소설 '간사지 이야기'를 읽은 날

어제 오늘 소설 '간사지 이야기'를 읽었다 지은이 최시한은 보령시 청소면 장곡리의 간사지 마을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프로필에 쓰여 있다. 이 책은 몇년 전인가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 그 배경에는 나의 고향이 대천이라는 것, 그러나 그때는 처음 몇장을 읽다가 그대로 덮었다. 그닥 책의 내용이 흥미를 끌지 않았을 뿐더러 소설에 마음이 가있지 않을 때였기 때문이었다. 오서산, 대천역, 간사지, 오천항... 내가 아는 지명이 나오기도 했지만 내가 자란 때와 시대적으로 거리가 있었고 그 배경이 특별하게 소설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지도 않았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사를 두 번이나 하면서도 이 책은 이사온 집 책장에 몇 권 남지 않은 책들과 함께 꽂혀 있었다. 선물을 한 마음을 봐서라도 꼭 읽어야 ..

단상 2022.02.14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 이기주 《언어의 온도》 p101 중에서 * 산타클로스는 무엇으로 상징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 같은 것?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시절은 어찌보면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희망이고 기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어른이 되고 세상을 알게 되면서 산타클로스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더 나이가 들면 산타클로스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없다고 믿는 것보다 있다고 믿는 것이 나으니까 있는 쪽으로 믿어본다. 그러다가 산타는 결국 자신에게 자신이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조금 더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된다. 그때 비..

!글 2022.02.13

출렁이는 창문 / 송종규

출렁이는 창문 송종규 젖은 창이 이루는 화폭 속으로 밤 열차가 지나간다 나는 종종 열차의 구석진 자리, 습하고 어두운 뒤 칸에 앉아있다 가지런히 손을 모아 보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 세목들이, 절절하지도 않은 사건들이 유령처럼 창밖에 떠다닌다 한동안, 어떻게 세계가 확대되는지 하나의 이미지에 집중함으로 사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몰두한 적이 있다 사무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은 잠들지 못한다는 사실과 죽을 만치 절실하다면 어떤 연애도 신파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어떤 결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밤 열차의 뒤 칸은 침묵으로 가득하고 비리고 쓰고 불운한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 간이역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 드문드문 몇 사람이 턱을 괴고 앉아있다 이 행보는 무례하지만 지극한 것, 열차는 환상과 기억의 조..

!시 2022.02.04